200만 원. 6평 남짓한 원룸에 필수 가전을 채워 넣으려 견적을 뽑았을 때 돌아온 숫자였다. 세탁기, 제습기, 그리고 적당한 사양의 빔프로젝터. 이름 있는 브랜드 로고가 박힌 것들로 장바구니를 채우면 한 달 치 월급이 통째로 증발한다. 하지만 영리한 이들은 그 빈칸을 80만 원으로 채운다. 브랜드라는 이름의 거품을 걷어내고 숫자와 스펙이라는 실체에 집중한 결과다.
책상 위에 놓인 레노버 태블릿 PC는 10만 원대에 구매했다. 국내 브랜드였다면 40만 원을 족히 넘겼을 물건이다. 손목에 차인 어메이즈핏 스마트워치는 정확하게 GPS 궤적을 그리며 러닝 기록을 측정한다. 대학생 하민혁 씨(24)는 말한다. 위치 정보나 심박수 측정이 정확하고 스마트폰 연동도 매끄러운데, 굳이 더 비싼 값을 치를 이유가 없다고. 그에게 브랜드 국적은 데이터 시트 뒷면에 적힌 깨알 같은 제조국 표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한때 ‘메이드 인 차이나’는 불신의 상징이었다. 배터리가 부풀어 오르거나 일주일 만에 고장 나 버리는, 이른바 ‘잠깐 쓰다 버리는 싸구려’의 대명사였다. 지금은 다르다. 자취방 제습기부터 빔프로젝터, 기계식 키보드와 마우스까지 온통 중국산으로 채운 최하민 씨(24)의 일상은 견고하다. 성능과 가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덕분에 그는 120만 원이라는 차익을 챙겼다. 그 돈은 누군가에겐 몇 달 치 월세고, 누군가에겐 자기계발을 위한 투자금이 된다.
유통업계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최강 씨(25)는 지난해 CES 2025 현장에서 기묘한 기분을 느꼈다. 거대한 전시 홀 하나를 통째로 채운 중국 업체들의 기세는 압도적이었다. 단순히 저렴한 것이 아니라, 성능마저 한국과 일본의 프리미엄 라인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아니, 어떤 지점에서는 이미 앞질러 있었다. 사무실에서 샤오미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는 그는 디자인과 성능에 집중하는 것이 훨씬 영리한 소비라고 믿는다.
소비의 기준이 ‘과시’에서 ‘효용’으로 이동하고 있다. 3040 세대가 브랜드가 주는 심리적 안정감과 사후 서비스망에 비용을 지불한다면, 2030 세대는 그 비용을 ‘경험의 확장’에 쏟는다. 훠궈 프랜차이즈 하이디라오에서 두 명이 10만 원을 넘게 쓰면서도 아깝지 않다고 말하는 이주연 씨(23)의 사례가 흥미롭다. 전자제품에서는 지독할 정도로 가성비를 따지지만, 대체 불가능한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에는 기꺼이 지갑을 연다. 이들에게 국적은 소비의 장벽이 아니다.
자동차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3,000만 원대 중형 전기 세단 ‘씰(SEAL)‘을 앞세운 비야디(BYD)의 약진은 수치로 증명된다. 올해 국내 누적 판매량은 전년 대비 983.4% 폭증했다. 정치적, 외교적 정서와 개인의 소비 생활을 철저히 분리하는 태도.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를 ‘철저하게 개인의 효용 관점에서만 소비 대상을 바라보는 것’이라 정의한다. 맞는 말이다. 내 뒷목을 시원하게 해주는 샤오미 선풍기의 바람에는 국적이 없다.
브랜드 로고가 주는 안도감이 얼마나 비싼 값을 요구했는지 새삼 깨닫는다. 모니터 빛 아래서 최저가를 검색하고 해외 직구 관세 범위를 계산하는 행위는 구차한 절약이 아니다. 기술의 평준화가 가져온 당연한 권리 찾기에 가깝다. 80만 원으로 채운 자취방 가전들은 조용히 제 몫을 다한다. 소음도 적고 디자인도 매끄럽다.
점심시간, 스마트폰 화면을 넘기며 다음 살 물건을 고른다. 성능은 상향 평준화되었고 감성은 복제 가능하다. 남은 것은 가격과 나의 만족도뿐이다. 세상은 변했고 기준은 더 선명해졌다. 거품이 빠진 자리에 남은 건 차갑고 명확한 실용주의다. 가끔은 그 건조함이 씁쓸하기도 하지만, 통장 잔고를 확인하면 금세 위안이 된다. 똑똑해진다는 건 때로 낭만을 포기하는 일이기도 하니까.
본 칼럼은 매일 12시, 오늘의 뉴스를 바탕으로 자동 생성됩니다. 출처: “200만원 들던 자취방 가전, 80만원에 해결”…MZ 파고든 ‘프리미엄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