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칼럼 개발일지 작업물 연락처

25톤 쇳덩어리를 멈춰 세우는 보이지 않는 코드

밤길을 달리는 거대한 트럭과 그 뒷면에 숨겨진 사이버 보안, 일상의 안전을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방어선에 대하여.

심야의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백미러 가득 거대한 불빛이 차오를 때가 있습니다. 굉음과 함께 옆 차선을 스쳐 지나가는 25톤 덤프트럭이나 거대한 냉동탑차. 그 압도적인 무게감과 거친 쇳소리를 마주하면 본능적인 긴장감이 목덜미를 스칩니다. 기름 냄새와 그을린 타이어 자국, 낡은 가죽 시트로 대변되는 상용차의 세계는 오랫동안 가장 아날로그적인 영토로 여겨졌습니다. 힘 좋고 튼튼하면 그만인,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영역 말입니다.

그 투박한 운전석 대시보드 안쪽을 들여다봅니다. 겉보기엔 먼지가 뽀얗게 앉은 플라스틱 마감재 뒤편으로 수천만 줄의 소프트웨어 코드가 쉼 없이 흐르고 있습니다. 엔진의 연료 분사량을 조절하는 컴퓨터인 ECU, 실시간 위치를 관제탑과 주고받는 텔레메틱스 모뎀, 타이어의 미세한 공기압 변화를 감지하는 센서까지. 현대의 트럭은 기계 공학의 산물이라기보다 무거운 철갑을 두른 거대한 데이터 센터에 가깝습니다.

연결된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틈을 내어준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사무실 컴퓨터에 뜨는 파란색 블루스크린은 짜증을 유발하는 선에서 그치지만, 시속 90킬로미터로 고속도로를 내달리는 대형 트럭의 제어 시스템이 먹통이 되는 순간은 곧장 물리적인 재난으로 이어집니다. 누군가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대형 탑차의 브레이크를 잠그거나 가속 페달을 조작할 수 있다면, 도로 위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될 것입니다. 자동차 보안이 단순한 옵션이 아닌, 생존을 위한 물리적 방화벽이 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어제 자 뉴스 한 구석에서 흥미로운 소식을 발견했습니다. 자동차 보안 전문 기업인 아우토크립트가 스타트럭코리아와 손을 잡고 상용차 및 특장차의 사이버 보안 관리체계 고도화에 나선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특장차라는 단어가 조금 낯설지도 모르겠습니다. 소방차, 구급차, 살수차, 혹은 신선식품을 나르는 냉동탑차처럼 특수한 목적에 맞게 뼈대 위에 장비를 얹은 차량들을 말합니다. 승용차보다 시스템 구조가 훨씬 복잡하고 목적에 따라 부착되는 장비가 제각각이라, 해커들이 파고들 수 있는 허점도 그만큼 다양합니다.

유럽연합은 이미 UN R155, R156이라는 까다로운 국제 사이버 보안 규제를 도입했습니다. 이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아무리 튼튼하고 연비가 좋은 트럭이라도 유럽 도로를 달릴 수 없습니다. 한국의 자동차관리법 역시 비슷한 궤도로 규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제 자동차 제조사는 단순히 엔진을 잘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외부의 악의적인 신호를 어떻게 차단하고 내부 시스템을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증명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보안이 운전석의 주도권을 쥐게 된 셈입니다.

기술의 진보가 가져다주는 편리함의 이면에는 언제나 조용히 청구되는 비용이 있습니다. 냉동탑차의 온도를 스마트폰으로 원격 제어하고, 소방차가 화재 현장으로 가는 동안 실시간으로 최적의 경로와 소화전 위치를 차량 스크린에 띄우는 고도의 지능화. 이 모든 편리함을 누리기 위해 뒤편에서는 보이지 않는 화강암 성벽을 쌓아 올리는 작업이 끊임없이 진행됩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자동차 보안 인증 기관으로 활동해 온 아우토크립트 같은 기업들이 대형 상용차의 뼈대부터 보안 기술을 심어 넣으려는 시도는 그래서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흔히 보안이라고 하면 스마트폰 로그인 화면이나 금융 앱의 OTP 카드를 떠올리곤 합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하고 위태로운 보안은 정작 눈에 보이지 않는 거친 삶의 현장에서 작동하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문 앞에 도착하는 택배 상자를 실어 날랐을 탑차, 한밤중 화재 현장으로 경보음을 울리며 달려가는 소방차의 붉은 차체 속에서 무수한 코드들이 해커의 공격을 막아내며 일상의 물리적 궤도를 지켜내고 있는 것입니다.

점심시간, 식당을 나와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립니다. 마침 거대한 덤프트럭 한 대가 먼지를 뿜으며 눈앞을 지나갑니다. 저 거친 바퀴를 굴리는 힘이 디젤 엔진의 폭발력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 엔진을 안전하게 통제하는 수백만 개의 코드 덕분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곱씹어 봅니다. 일상의 평온함은 거저 주어지는 자연현상이 아닙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방어선을 지키고 있는 수많은 기술적 장치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간 덕분에, 오늘도 평안히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길을 건널 수 있습니다.


본 칼럼은 매일 12시, 오늘의 뉴스를 바탕으로 자동 생성됩니다. 출처: 아우토크립트·스타트럭코리아, 상용차·특장차 보안 규제 대응 ‘맞손’

김현빈 Developer & Writer

기술, 포스팅 관련 질문, 프로젝트 협업 등 연락주시면 언제든지 회신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