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 위에서 진동이 울린다. 오늘 목표 걸음 수를 채웠다는 축하 인사다. 식당 앞 줄에 서서 그 화려한 그래픽을 보고 있자면 묘한 안도감이 든다. 마치 오늘 하루치 생존권을 획득한 기분. 세계보건기구(WHO)가 말한 주 150분 중 일부를 채웠다는 증명이니까. 하지만 내 심장은 그 화려한 애니메이션만큼 평온할까.
점심시간, 식당가의 풍경은 대개 비슷하다. 한 손에는 스마트폰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넥타이를 매만지며 줄을 선다. 다들 각자의 방식으로 ‘최소한’을 챙긴다. 점심 식사 후 가볍게 회사 근처를 한 바퀴 도는 산책, 주말에 가끔 나가는 배드민턴 동호회.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믿는다. 아니, 믿고 싶어 한다. 바쁜 일정 속에서 쪼개낸 시간이니 그 보상이 달콤해야 앞뒤가 맞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데이터는 그 안도감에 찬물을 끼얹는다. 영국 스포츠 의학 저널(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에 실린 마카오폴리테크닉대 연구팀의 분석 결과는 꽤나 서늘하다. 영국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성인 1만 7,088명의 신체 활동량과 심폐 체력(CRF), 심혈관 질환 발생률을 추적했는데, 우리가 금과옥조처럼 여기던 ‘주 150분 중강도 운동’이 심장을 완벽히 보호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결론에 닿는다.
연구에 따르면 심혈관 질환을 실질적으로 예방하고 심장 기능을 강화하려면 기존 권장량의 3~4배에 달하는 활동량이 필요하다. 주 150분이 아니라 주 450분에서 600분은 움직여야 한다는 소리다. 하루에 1시간 넘게 땀을 뻘뻘 흘려야 겨우 ‘심장이 안전하다’는 영역에 발을 들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무실 의자에 붙박이처럼 앉아 지내는 시간이 8시간을 넘는 이들에게는 사형 선고나 다름없다.
심폐 체력(CRF)이라는 지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얼마나 걷느냐보다 내 심장과 폐가 산소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근육에 전달하느냐의 문제다. 연구팀은 활동량이 많더라도 심폐 체력이 낮은 그룹은 심혈관 질환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반대로 활동량이 적더라도 타고난 심폐 체력이 높으면 위험도가 낮았다. 여기서 중요한 지점이 발생한다. 우리는 ‘활동’을 하고 있는가, 아니면 ‘훈련’을 하고 있는가.
퇴근길 지하철 계단을 오를 때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건 몸이 보내는 하드웨어 경고 신호다. 주 150분이라는 숫자는 신체 기능의 퇴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저지선이지, 성능 개선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아니다. 구형 서버에 최신 소프트웨어를 억지로 돌리면 과부하가 걸리듯, 우리 몸도 평소에 부하를 견디는 연습이 되어 있지 않으면 일상의 작은 스트레스에도 맥없이 무너진다.
운동 효율을 따지는 관성도 버려야 한다. 가성비를 따지며 15분 만에 끝내는 고강도 인터벌 운동이 유행하지만, 심장은 기계적인 효율성보다 ‘절대적인 투입 시간’과 ‘강도의 변주’를 더 정직하게 받아들인다. 가끔은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불쾌한 감각을 마주해야 한다. 그 불쾌함이야말로 심장이 다시 박동할 에너지를 얻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모니터 속 코드는 깔끔하게 정리하면서 내 혈관 속 흐름은 방치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문하게 된다. 주 150분이라는 숫자가 주는 달콤한 면죄부를 내려놓을 때다. 스마트워치의 원형 그래프가 완성되었다고 해서 내 심장 근육이 두꺼워졌다는 뜻은 아니다. 그것은 단지 오늘 하루 ‘덜 게을렀음’을 증명할 뿐이다.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층수 표시기를 본다. 4층 혹은 5층. 평소라면 무심코 버튼을 눌렀겠지만 오늘은 비상구 문을 밀어본다. 눅눅한 공기가 느껴지는 계단실에서 허벅지가 뻐근해질 때쯤, 스마트워치에는 찍히지 않는 내 심장만의 기록이 시작된다. 효율적인 활동량이란 없다. 그저 조금 더 숨차게, 조금 더 길게 움직이는 정공법만이 남았을 뿐이다.
점심을 먹고 다시 자리에 앉는다. 오후 회의 준비를 하며 커피를 마신다. 하지만 아까 올랐던 계단의 감각이 뒷목에 남아있다. 심장은 여전히 더 많은 자극을 원한다. 150분이라는 숫자에 갇혀 심장의 소리를 외면해온 건 아닌지, 뻐근한 다리를 두드려본다.
본 칼럼은 매일 12시, 오늘의 뉴스를 바탕으로 자동 생성됩니다. 출처: 주 150분 운동, 정말 충분할까…심장 보호엔 3~4배 더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