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달라하라의 한낮은 시끄럽고 끈적합니다. 차풀테펙 수르 거리의 타코 가게 유리창에 비친 햇빛은 유난히 둔탁하지요. 매콤하게 절인 돼지고기가 거대한 쇠꼬치에서 기름을 흘리며 돌아가고, 그 꼭대기에 꽂힌 파인애플에서는 단즙이 뚝뚝 떨어집니다. 타코 알 파스토르. 멕시코 서민들의 허기를 가장 빠르고 저렴하게 채워주는 이 길거리 음식의 냄새는 사포판 축구장의 잔디 냄새보다 훨씬 더 생활에 밀착해 있습니다.
체코와의 조별리그 1차전 승리 후 얻은 단 하루의 휴식. 사복을 입은 사내들이 이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섰습니다. 캡모자를 눌러썼지만 얼굴을 완전히 가리지는 않은 사내, 손흥민이었습니다. 그의 뒤로 김승규, 이재성, 송범근의 얼굴이 보였고, 아들의 뒤를 묵묵히 따르는 아버지 손웅정 씨의 단단한 실루엣도 함께였습니다.
그들이 주문한 메뉴는 단출하면서도 확실했습니다. 양념한 돼지고기를 얇게 썬 알 파스토르, 소고기 구이인 아라체라, 그리고 으깬 아보카도에 라임즙을 섞은 과카몰리.
현지 언론이 주목한 것은 이 낯선 동양인 슈퍼스타가 타코를 다루는 방식이었습니다. 타코를 받아 든 손흥민은 익숙하게 라임을 짜 넣고, 파인애플 한 조각을 얹어 입으로 가져갔습니다. 흘러내리는 소스를 닦아내며 웅얼거리는 모습은 이미 지난 4월 LA FC 소속으로 푸에블라를 찾았을 때 타코를 뜯던 그 익숙한 손놀림 그대로였습니다. 가게 직원은 흥분한 목소리로 현지 매체에 그날의 목격담을 털어놓았습니다.
“그는 한국의 호날두 같은 존재잖아요. 그런데 파스토르 타코를 정말 맛있게 다 비웠어요. 과카몰리랑 아라체라 소스까지 싹싹 긁어서요. 심지어 타코 만드는 법도 알고 있더라고요. 정말 예의 바르고 겸손했습니다.”
가게 직원의 수다스러운 인터뷰에는 기묘한 안도감과 환대가 섞여 있습니다. 이방인의 문화를 신기한 눈으로 구경하는 관광객이 아니라, 자신들의 일상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즐기는 동반자를 발견했을 때의 무장해제 같은 것입니다.
매년 연말이나 분기 말이면 많은 기업과 기관에서 ‘브랜드 전략’이라는 무거운 제목의 보고서들이 쏟아집니다. 수억 원의 예산이 들어간 홍보 영상에는 한복을 입은 모델이 등장하고, 도심의 야경이 현란하게 교차하며, 세련된 슬로건이 화면을 장식합니다. 그런 박제된 이미지들이 과달라하라 변두리 타코 가게 직원의 마음속에 균열을 낼 수 있었을까요.
이방인이 나의 식탁에 앉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스를 능숙하게 얹어 먹는 모습을 보는 것만큼 강력한 메시지는 없습니다. 그것은 “나는 당신들의 삶을 존중합니다”라는 수백 쪽짜리 외교 문서보다 직관적입니다. 손흥민이 사인해 준 한국 대표팀 유니폼을 흔들며 자랑하는 점원의 얼굴에는 인종이나 국경의 장벽 대신, 자기 가게 음식을 맛있게 먹어준 단골손님을 배웅하는 주인의 자부심만 가득했습니다.
이것을 굳이 거창하게 표현하자면 ‘문화적 번역’의 힘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대단한 이론이 아닙니다. 내가 가진 가치를 상대방의 언어와 맥락으로 바꾸어 전달하는 기술입니다.
사무실 모니터 앞에 앉아 매일 수십 통의 이메일을 보냅니다. 바다 너머의 바이어에게, 혹은 복도 끝방의 까칠한 타 부서 담당자에게 말입니다. 상대방의 상황과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채 내 입장만 가득 채워 보낸 메일은 번역되지 않은 외국어처럼 차갑게 튕겨 나갑니다. 화려한 파워포인트 템플릿보다, 상대방이 평소에 쓰는 익숙한 업무 용어 하나를 슬쩍 얹어주는 친절함이 굳어 있던 협상 테이블을 움직이게 만드는 법입니다.
손흥민이 타코 가게에서 보여준 태도가 그렇습니다. 그는 굳이 한국이 얼마나 역동적인 나라인지 설명하려 들지 않았습니다. 멕시코의 더운 오후를 온전히 즐겼고, 건네받은 유니폼에 기꺼이 이름을 적어주었으며, 기름진 고기 쌈을 묵묵히 음미했을 뿐입니다.
사소한 소통의 흔적은 파도가 모래성을 허물듯 경계심을 지워냅니다. 19일에 있을 조별리그 2차전에서 멕시코는 한국을 반드시 넘어야 할 적수로 만나겠지만,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초록색 유니폼의 현지 팬들은 한국인 여행자들에게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솜브레로’를 씌워줄 것입니다. 타코 소스의 매콤함과 라임의 산미가 그들의 기억 속에 따뜻하게 남아 있는 한 말입니다.
점심시간이 끝나갑니다. 뻐근한 뒷목을 쓸어내리며 다시 모니터 속으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오늘 오후에 마주할 누군가에게, 내 생각을 어떤 언어로 번역해서 건네야 할지 문득 돌아보게 됩니다. 거창한 논리 구조를 짜는 것보다, 상대의 접시 위에 가볍게 얹어주는 라임 한 조각 같은 배려가 훨씬 쓸모 있을지도 모릅니다.
본 칼럼은 매일 12시, 오늘의 뉴스를 바탕으로 자동 생성됩니다. 출처: “타코 먹는 손흥민! 멕시코전 앞두고 관심 폭발” 이놈의 인기란, ‘조용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