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 구석에 띄워둔 엑셀 창이 유난히 눈부시다. 뻐근한 뒷목을 주무르며 습관적으로 항공권 검색 사이트를 새로 고침 한다. 화면 속 숫자는 타협이 없다. 지난달엔 유류할증료가 사상 처음으로 최고 등급인 33단계까지 치솟았다. 기름값이 비행기를 띄우는 게 아니라, 여행 가고 싶은 마음을 짓누르고 있었다.
6월부터는 숨통이 조금 트인다. 국제선 유류할증료가 27단계로 내려온다.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 가격이 갤런당 511센트에서 410센트 정도로 20%가량 떨어진 덕분이다. 숫자로만 보면 건조하다. 하지만 통장 잔고를 깎아 먹으며 ‘떠남’을 계산하는 이들에게는 꽤 구체적인 신호다.
동북아 노선은 편도 기준 1만 8,000원, 동남아는 4만 8,000원 정도 빠진다. 미국 동부나 유럽 같은 장거리 노선은 편도 11만 원 넘게 인하된다. 왕복으로 계산하면 22만 원이 넘는 돈이다. 공항 면세점에서 향수 한 병을 더 사거나, 현지 맛집에서 근사한 저녁 한 끼를 더 추가할 수 있는 금액이다.
숫자의 마법 뒤엔 여전한 현실이 버티고 있다. 유류할증료가 내렸어도 뉴욕 왕복 기준 유류할증료만 90만 원이 넘는다. 티켓 가격이 아니라 순수하게 기름값 보전용으로 내는 돈이 그렇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가 심했던 2년 전에도 22단계 수준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지금의 27단계도 사실 ‘저렴함’과는 거리가 멀다.
여행은 언제나 비합리적인 소비다. 좁은 좌석에 몸을 구기고 수십만 원의 기름값을 지불하며 국경을 넘는 일. 그 수고로움을 감수하는 건 일상의 궤도에서 잠시 이탈하고 싶어서다. 11만 원의 가격 인하가 대단한 경제적 혜택은 아닐지 모른다. 다만 ‘이번엔 가볼 만하겠다’는 자기합리화의 틈을 만들어줄 뿐이다.
항공권 유류할증료는 탑승일이 아니라 발권일을 기준으로 매겨진다. 6월에 떠나는 비행기라도 지금 당장 결제하면 5월의 비싼 요금이 적용된다. 며칠만 참았다가 6월 1일이 되는 순간 결제 버튼을 누르는 인내심이 필요한 이유다.
점심시간 식당 입구의 긴 줄을 견디며 스마트폰 달력을 넘겨본다. 6월의 공휴일, 그리고 7월의 휴가 시즌. 90만 원의 무게와 11만 원의 틈 사이에서 고민하는 건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비행기 날개 끝에 매달린 숫자가 조금 가벼워진다는 소식에, 책상 위에 놓인 여권의 먼지를 한 번 털어본다.
본 칼럼은 매일 12시, 오늘의 뉴스를 바탕으로 자동 생성됩니다. 출처: 국제선 유류할증료 33→27단계…뉴욕행은 여전히 90만원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