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의 흰 배경이 눈을 찌른다. 뻐근한 뒷목을 주무르며 시계를 본다. 오후 3시 30분. 점심으로 먹은 김치찌개의 흔적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입안이 까칠하다. 분명 배가 고픈 건 아닌데, 서랍 구석에 던져두었던 개별 포장된 초콜릿이나 탕비실의 믹스커피가 자석처럼 마음을 끌어당긴다. 이 시각, 사무실 여기저기서 바스락거리는 봉지 소리가 들려온다면 그건 당신만의 일탈이 아니다.
미국 시장조사 기관 토커 리서치(Talker Research)가 성인 5000명을 들여다봤다. 사람들은 하루 평균 두 번 정도 무언가를 미친 듯이 씹고 싶어 하는 강렬한 식욕을 느낀다고 한다. 흥미로운 지점은 그 욕구가 최고조에 달하는 시간이다. 오후 3시 42분. 퇴근까지는 아직 멀었고, 점심 기운은 바닥을 드러낸 딱 그 애매한 시점이다. 조사에 참여한 다섯 명 중 한 명은 이 유혹을 15분도 채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다. 튀긴 것, 짠 것, 혹은 뇌가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아주 단 것들에.
이것을 단순히 ‘입이 심심해서’ 혹은 ‘의지력이 약해서’라고 치부하기엔 억울한 면이 있다. 메건 마이어 박사는 이 현상을 생리적 신호라고 설명한다. 점심시간을 떠올려 보자.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 정제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를 했거나, 바쁘다는 핑계로 샐러드 몇 잎에 의존했다면 뇌는 비상벨을 울린다. 급격히 올라갔다 추락하는 혈당 곡선은 뇌로 하여금 ‘에너지가 부족하니 빨리 보충하라’는 명령을 내리게 만든다. 뇌는 정직하다. 가장 빠른 에너지원인 설탕과 탄수화물을 요구하는 것뿐이다.
환경도 한몫한다. 손만 뻗으면 닿는 거리에 놓인 과자 박스, 동료가 건네는 사탕 한 알, 그리고 어제 잠을 설쳐 비틀거리는 몸 상태가 결합하면 저항선은 쉽게 무너진다. 수면이 부족하면 식욕을 조절하는 호르몬 체계가 엉망이 된다. 몸은 피곤함을 허기로 착각하고, 스트레스는 ‘컴포트 푸드’라 불리는 고칼로리 음식으로 보상받으려 든다. 탕비실로 향하는 발걸음은 어쩌면 생존을 위한 본능적인 몸부림에 가깝다.
로렌 매너커 영양사는 식욕을 부정적인 신호로만 보지 말라고 조언한다. 몸이 보내는 일종의 ‘수신자 부담 전화’ 같은 것이다. 지금 에너지가 바닥났으니 뭐라도 좀 넣어달라는, 혹은 너무 긴장하고 있으니 잠시 쉬어가라는 신호다. 무조건 참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억눌린 욕구는 결국 퇴근길 폭식이나 야식으로 폭발하기 마련이다.
중요한 건 ‘무엇을’ 던져주느냐다. 혈당의 롤러코스터를 멈추게 할 단백질이나 견과류 한 줌이면 충분할 때가 많다. 설탕 덩어리 대신 요거트나 삶은 달걀 하나가 오후의 집중력을 결정한다. 물론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걸 안다. 나 역시 이 글을 쓰며 서랍 속 아몬드 대신 초코칩 쿠키에 눈길을 준다.
잠시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창밖을 본다. 3시 42분이 지나가고 있다. 만약 지금 무언가를 씹고 싶다면, 그건 당신이 게을러서가 아니라 오늘 하루를 치열하게 버텨내고 있다는 증거다. 몸의 신호에 귀를 기울이되, 너무 가혹하게 굴지는 말자. 삶은 때로 초콜릿 한 조각의 힘으로 굴러가기도 하니까.
영양 균형이 맞고 포만감이 드는 식사를 했는지 돌아보는 일은 퇴근 후에 해도 늦지 않다. 지금은 일단, 그 지독한 오후의 갈증을 어떻게 건강하게 달래줄지만 고민하자. 뻐근한 뒷목을 한 번 더 돌리고, 물 한 잔을 마신다. 4시가 되면 다시 숫자의 세계로, 혹은 코드의 바다로 뛰어들어야 하니까.
본 칼럼은 매일 12시, 오늘의 뉴스를 바탕으로 자동 생성됩니다. 출처: 오후 세 시, 간식 당기는 이유… 점심에 ‘이것’ 많이 먹어서